박근혜의 승리 이후 자기 진영에 대한 반성과 상대 진영에 대한 비판이 꽤나 긴 여진처럼 이어지고 있다. 대선은 이미 끝났는데 반성과 복기와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약탈이 행해지는 모습이 싫다. 자아비판도 아닌 상대에 대한 비난에 가까운 비판이 이정도로 횡행할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중 특히 박근혜 정권에 바라는 점이 종북척결이라 외치는 사람들에게 궁금하다. 종북척결이 과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우리의 문제인지 그리고 종북척결을 위해서 우리에게 가능한 행동양식이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지?
이번대선에서 이정희와 NL은 진보진영에 거대한 똥덩어리를 투척했고 황당한 대선토론을 통해 적지않은 투표권을 여권으로 응집시켰다. 따지고 보면 보수 입장에서는 그들의 적절한 분탕질이야말로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유의해야 될 게 있다. 이정희와 통합진보당의 진보진영에 대한 자해행위는 말 그대로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의 정략적 결정에 의해 행해졌다는 점에서 비로서 보수에게 이득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에 대한 비판적 담론 이상의 과감한 탄압이 실제로 행해졌다면 그에 대한 반발심리는 이정희와 NL의 논리에 의도하지 않은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었을 것이다.
종북을 사상의 주체로 삼고 모든 행동과 사고에 있어서 제일 원칙으로 삼은채 북한정권의 의도대로 기꺼이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당정치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이정희의 주장대로 애국가를 부르고 국민의례를 행하고 있다면 이들을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배제할 수단은 현 시점에서는 마땅히 없다. 결정적으로 그들(적어도 지도층)은 국보법의 폐지를 주장할 뿐 국보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실제로 옮기지는 않는다. 이정희가 대한민국을 남쪽정부로 부른 것 만으로 그녀를 국보법으로 처벌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국정원 직원의 인권에 대한 필요성과 마찬가지로 도청받지 않고 미행당하지 않을 그들의 권리 역시 보장된다. 이러한 권리에 대한 부정은 그대로 다른 논리로 사고하는 이들까지도 엮여 처벌받고 연대해 저항해야 할 의무까지 강제할지 모른다.
선거전략에서의 안보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표몰이는 여권의 전통적인 전략이었고 이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그 유용함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국정운영에 있어서 이를 전략으로 취급하는 것은 통합이라는 이름을 기치로 내건 박근혜에게 그리 어울리는 그림은 아니다.
종북척결이라는 이상은 박근혜와 새누리 정권의 주도하에 펼쳐져서는 현실화 될 수 없는 그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시점에서 이미 그들이 외치는 종북척결은 반 이상 이뤄진거나 다름이 없다. 경기동부와 이정희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반민주주의적인 실체를 나라를 걱정하는 깨어있는 안보세력 뿐 아니라 일반적인 국민들 모두 알게 되고 경계했으며 그들에 대한 경계심은 3%내외의 지지율로 드러나 버린 상태이다. 통합진보에 대한 3% 지지 역시 그들의 실체와는 별개로 현실적인 의미에서의 지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강화됨으로써 그들의 몰락이 진행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은것과 마찬가지로 보수의 이상향인 완전한 종북척결 역시 박근혜식 국가보안법의 강화나 제재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문제이다. 종북척결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힘을 얹어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종북척결을 외치는 논리는 이번 대선이 어떤 구도와 필요에 의해서 치뤄졌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보수측의 문제점이다. 박근혜는 안보대통령으로 뽑힌게 아니다. 스스로가 그를 민생대통령으로 규정했고 이에 국민들이 믿음을 줬던 것이다. 결과도 불확실한 종북척결에 시간을 낭비하는건 정말 무의미해 보인다.
지금 새누리당과 박근혜가 돌아봐야 될 점은 그들에게 지지표를 행사한 시대적 흐름을 그들의 방식으로 착실하게 밟아가는 것 뿐이다. 이한구의 논리대로 정책의 포퓰리즘을 걱정해야 되는게 아니라 후보의 대표공약들을 보수의 능력으로 어떻게 하나하나 가능하게 할까를 고민해야 하고, 그들의 집권 자체에 절망한 이들에게 우리를 지켜봐달라고 설득해야 될 시점이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 실망한 이들역시 이한구의 말 한마디 조선일보의 말 한마디에 쉽게 박근혜를 규정하고 절망을 키워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리도 힘도 이쪽에는 충분하다. 기운들 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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